[기고] '지역 대안 언론'을 표방한 포천닷컴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생존 위한 플랜은 더 본질적이고 구체적이어야

 

2014년 세월호 사건이 낳은 두 가지 신조어가 있다. '관피아'(관료 + 마피아) 와 '기레기'(기사 + 쓰레기)가 그것이다. 개독교(기독교 + 개신교 + 개) 이후 새로운 인기 신조어의 등장인 것이다.

 

이제까지 발기사(발로 쓰는 기사)와 쓰레기 기사 등 기사에 대한 비난의 표현들은 있었지만, 기자 자체를 쓰레기라고 묘사한 대명사는 없었다. 언론이 어이없는 오보와 지나친 취재 경쟁으로 비인간적인 모습을 좀 보이긴 했다.

 

허나, 사건과 대중, 조직과 개인, 정부와 국민의 중간에서 사회의 중요한 연결 다리로 소통을 해가는 '기자'란 직업이 '쓰레기'란 부정어와 공식적으로 연결되고 이 단어가 공감을 얻으며 대중화되었다는 사실은 시사 하는 바가 크다.

 

포천닷컴은 '자본에 간섭받지 않는 풀뿌리 언론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지역의 해묵은 관행을 타파하는 미디어비평지' 역할을 하겠다고 자처했다. 멋진 말이다. 기레기 시대를 타파할 핵심 목표의식인 듯 보인다.

 

하지만 좀 더 현실적으로 들어가면 사실 신생언론이 봉착할 문제는 아주 심플하다. 어떻게 충성 독자층을 확보할 수 있을까. 어떤 사람을 타깃으로 어떤 차별화로 주목을 끌 수 있을까. 포천닷컴의 경우 1만인 클럽을 얼마나 모아서 기본 물질적 토대를 만들 수 있을까. 돈 없이 어느 수준까지 기사를 생산할 수 있는가. 뭐 이런 현실적인 것들이다.

 

특히 언론의 데스크가 방향을 잘못 잡으면(현실을 위해 ‘엿바꿔 먹거나 철학이 흔들리면) 기사도, 기자도 활력을 잃게 된다. 등장과 함께 생기를 잃으며 죽어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기사로 차별화 할 수 있을까. 지역 정보? 고발 기사만으로 생존할 수 있을까? 생존을 위한 플랜은 더 본질적이고 일관되어야 한다.

 

 

◇언론사의 철학을 '끊임없이' 어필하라

 

먼저 언론사의 눈이 어디로 향해 있는지 끊임없이 알려서 눈높이나 지향점이 같은 독자를 계속 얻어가야 한다. 끊임없이 지속적으로 또 정기적이고 전략적으로 해가는 것이 중요하다. JTBC의 <뉴스9>이 좋은 예가 되겠다. 손석희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었겠지만, 뉴스9이 신뢰를 얻어가는 과정과 방식을 철저히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후발주자 2등전략의 핵심은 벤치마킹임은 부정할 나위없다. 형식을 파괴하고 사건을 보는 눈을 틔우되 그것을 노골적으로 알리는 방식을 택하는 것. 초기 언론홍보에 중요한 의제가 아닐 수 없겠다. 이제 시작된 기레기 시대다. '기자정신있는 언론사냐', '기레기가 많은 언론사냐' 언론사 이미지 메이킹 전략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이다.

 

◇대안을 제시하고 구체이고 생동감 있는 기사를 생산하라.

 

자신만의 철학이 없으면 새로운 콘텐츠가 나오지 않는 법이다. 콘텐츠 차별화? 차별화는 뜬금없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르게 쓰고 싶다면 먼저 다르게 살아야 한다. 이념이나 사상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100세 시대를 위한 기가 막힌 프로그램이나 생활방식이 있다면 직접 체험해보고 인문학적 기사를 쓰는 것이 훨씬 주목이 될 듯하다. 대안적인 지역의 공공 시스템이나 지역 경제에 대한 수치를 나열하고 팩트를 열거한 기사는 널렸다. 하지만 대안 경제를 실천하는 사람을 찾아서 스토리텔링 식 기사를 쓰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후자는 시간이 많이 들지만 희소성이 있다고 본다.

 

◇형식은 잊어라, 그리고 재미를 가미하라

 

좋은 기사는 크게 세 가지 형태이다. 재미있거나, 새로운 관점을 조명하거나, 핵심을 잘 정리하거나.

세가지 중 한 가지 강점을 감각적으로 달성시키고 강조할 수 없다면, 우리가 먼저 할 수 있는 것은 새로운 형식틀을 마련하는 것이다. 의도적으로 기존의 글 구조를 완전히 헐어버리고 새로운 형태의 기사를 만드는 방식이다. 기승전결, 팩트(현상)-통계-논조 같은 전통적 형태를 잊어야 가능한 일이다. 최근 몇몇 언은 팩트를 안일함의 알리바이로 삼고 그것을 통해 진실을 흐리고 진영 논리를 강화하고 있다.

 

가령 어떤 언론사는 채동욱 전 검찰총장과 안면이 있는 모 씨가 아들의 학적부에 아버지 이름으로 채동욱 전 총장의 이름을 올렸다는 팩트를 가지고 자신들의 문제 제기를 정당화했다. 스스로는 진실에 대한 촉구라 할지 모르지만 해당 사설에서 ‘채 총장이 사실을 근거로 진실을 증명해야 할 당사자’라고 주장하는 건 언론 스스로 해야 할 일을 당사자에게 떠넘기는 것이다. 이것은 팩트로서 진실을 밝히기보다는 팩트 뒤에 숨어 진영 논리를 정당화한다는 점에서 언론 실격 사유다.

 

그에 반해 다른 한 언론사는 역사 교과서 문제에 대한 각기 다른 두 입장의 학자를 불러 논쟁을 붙이고 이슈를 입체적으로 조망한다. 동시에 중요한 쟁점에 대해 최대한 날 선 토론으로 합리적 답안에 접근하려 한다는 점에서 기계적 중립의 함정에 빠지지도 않는다. 주요 이슈에 대한 여론 조사 결과를 뉴스 말미에 배치한 건 그래서 흥미롭다. 덧붙이는 마지막 여론 조사 결과는 언론사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이용되는 가벼운 팩트가 아니라, 개인의 판단을 도울 하나의 개별적 팩트다.

 

형식을 타파했다면 중요한 건 유연함이다. 새로운 형식에 가미될 문체는 당연히 흥미가 있어야 한다. 첫 문장에서 두 번째, 세 번째로 넘어가고 싶은 유혹이 가미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재미가 없다면, 새 형식은 그 의미를 상당부분 잃어버리게 된다.

 

이처럼 대안 언론의 본질과 현실적인 부분을 일관성 있게 지켜가다 보면 어느새 ‘포천닷컴’은 새로운 형태의 대안 언론이 되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 김권 칼럼리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