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마크' 떼고 미국 간 왕방이·왕순이..."행복한 생활"

"매일매일 행복한 모습에 해외 입양 결정 잘한 듯"

 

왕방이와 왕순이를 임시보호 했던 그의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강아지들의 ‘행복’한 생활을 이야기할 때는 마스크 너머로도 알 수 있을 만큼 행복한 표정을 짓던 그지만, 왕방이·왕순이가 왜 해외로 떠나야만 했는지를 설명할 때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지난해 7월, 포천은 강아지 두 마리로 떠들썩했다. 관공서인 파출소에서 3년 여간 키우던 강아지들을 다른 곳으로 치우려(?) 했기 때문이다. 파출소 측은 소음 등 민원을 이유로 왕방이·왕순이를 더 이상 파출소 앞마당에 둘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강아지들을 처음 파출소로 데려왔던 경찰 직원에게 다시 이들을 돌려보내기로 결정했다. 사실상의 ‘파양’이었다.

 

그렇다고 강아지들을 데려왔던 경찰도 마땅히 이들을 키울 방도는 없었다. 자신이 이들을 키우겠다고는 했지만 시민들은 그가 그간 강아지들을 대하는 모습을 봤을 때 썩 믿음직스럽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아이들을 데려왔음에도 인사 이동시 이들을 책임지지 않고 자리를 떠난 모습부터 그랬다.

 

지난해 12월 31일, 파출소의 파양 이후부터 왕방이·왕순이를 임시 보호했고 미국 입양까지 책임졌던 A씨를 만나 파양 이후 왕방이·왕순이의 행복한 미국 생활에 대해 들어봤다.

 

 

 

◆ 왕방이·왕순이가 미국에 있다고 들었다.
2020년 10월 30일 미국으로 떠났다. 정확히는 캘리포니아다. 오늘도 왕방이·왕순이를 입양한 분이 사진을 보내오셨다. 아이들을 보내면서 편지에 출생 추정일자와 아이들에 대해 적었고 이 내용을 잘 읽어 주셨다. 오늘 왕순이 생일 파티를 한다고 하셨다.

 

◆ 그간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 해 달라.
지난 10월 30일 새벽 4시에 포천에서 출발해 인천공항으로 갔다. 10시에 수속을 밟고 비행기를 탔다. 보통은 이동봉사자들이 아이들을 옮겨주지만, 코로나19 등으로 봉사자들을 구하기 힘들었다. 전날까지도 즐겁게 생활했고 안전하게 미국에 도착했다.

 

하지만 저는 아이들을 보내기 전부터 엄청 울었다. 굉장히 서글펐다. 제가 못 키워주는 것이 마음 아팠다. 한 동안 많이 울겠구나 싶었지만 입양 그 다음날부터 왕방이·왕순이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잘 보냈다 싶다.

 

 

제가 키울 수 있는 환경이 됐다면 보내지 않았겠지만, 아이들을 매일 실외배변 시켜야 하는데 혹여냐 제가 아프거나 하면 아이들을 챙기지 못하니 그럴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해외 입양을 결정했다.

 

◆ 어떤 분들이 입양하셨나.
태국계 미국인 젊은 부부다. 키우던 강아지가 나이가 들어서 죽었고 입양을 알아보다 왕방이를 마음에 들어 했다. 이들 부부는 처음에 왕방이가 진돗개 믹스여서 귀여운 외모에 끌리셨다고 했다. 하지만, 왕방이와 왕순이가 늘 함께 있었으니 둘이 같이 지냈으면 한다고 의견을 드렸더니 흔쾌히 두 마리를 함께 입양해 주셨다.

 

◆ 해외입양은 비용이 많이 들지 않나.
도그 프로젝트라는 곳을 통해 해외 입양을 알아봤다. 입양비용이 비행기 값, 건강검진, 위탁비용 등을 더하면 보통 마리당 500만원 가량이 들어간다. 하지만 이번에는 제가 건강검진과 위탁 등을 맡았기 때문에 비행기표 값만 들어갔다. 대략 두 마리 모두에게 400만원 정도가 들어갔다.

 


◆ 입양처는 국내도 많을 것 같다.
그렇다. 하지만 강아지를 제대로 키울 수 있는 분들은 많지 않다고 본다. 왕방이·왕순이를 밖에 묶어 놓고 키우는 분들에게도 보내고 싶지 않았다. 또 사육 환경도 국내보다 해외가 더 낫다고 판단했다.

 

사실 왕방이·왕순이는 흔히 말하는 잡종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똥개’나 백구, 황구라고 부르며 홀대를 받는다. 제가 아이들을 임시보호 할 때 데리고 다니면서 매일 산책을 했는데 주변 어른들이 그렇게 싫어하는 내색을 하셨다.

 

똥개들을 뭐하러 끌고 다니느냐고 하거나 사람 먹고 살기도 힘든데 왜 개들을 챙기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 한국에서 소위 ‘잡종’이라는 아이들의 위치는 이정도 뿐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미국에서는 왕순이는 시바견보다 예쁘다며 많은 사랑을 받는다. 또 왕방이도 귀여움을 독차지 하고 있다. 저 역시 외국에 오래 살다 보니 그런 문화를 잘 알기에 국내보다는 해외가 낫다고 생각했다.

 

◆ 왕방이·왕순이 소식이 궁금하다.
아이들이 미국에 도착하고 나서 꾸준히 카카오톡으로 사진과 동영상이 오고 있다. 보낼 때 쓴 편지에 카카오톡을 이야기 했고 그 분들이 카카오톡을 통해 왕방이·왕순이 생활을 보여주신다.

한편 왕방이·왕순이 사건은 지난해 7월 주민들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포천파출소에 사는 왕방이 왕순이를 지켜주세요!'라는 청원을 올리며 세상에 알려졌다. 또 이들의 소식은 네이버 밴드 <왕방이 왕순이>를 통해 듣고, 볼 수 있다.

 

[ 포천닷컴 김태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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