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삭발식과 현수막 사이

 

지난 달 27일 경기도는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공공기관 3차 이전 주사무소 선정 시.군 공모를 마치고 기관의 새로운 보금자리를 최종 확정 발표했다.

 

우리 포천은 총 3개 기관을 지원했으나 유감스럽게도 평가 결과 모두 하위를 차지하여 유치에 실패했다.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은 파주에, 경기도농수산진흥원은 광주에, 경기주택도시공사는 구리에 새롭게 자리를 잡게 되었다. 이번 사업은 경기 남부 지역에 있던 총 7개의 기관을 북부 지역으로 이전해, 공공기관의 분산 배치를 통해 지역 간 균형발전을 도모하려는 의도로 기획된 조치이다.

 

앞으로도 이런 사업은 계속될 것이다. 집중에서 분산을 추구하는 지방자치제도의 특성상 지역 균형 발전은 더 이상 선택 사항이 아니다. 문제의 핵심은 우리가 얼마나 준비하고 대처하여 공공기관을 유치할 자격을 갖추느냐에 달려있을 것이다. 포천은 그동안 지역 균형 발전에서 소외되어 왔다. 냉전시대에는 안보 논리로 탈냉전 시대에는 환경 논리로. 토지거래 허가지역에서 풀린 지도 얼마 되지도 않지만 우리 지역이 누린 혜택은 거의 없었다. 접경지역이 아니면서도 갖은 규제로 재산권 행사에 제한만 당했고 경기도에서 마지막으로 철길이 닿는 지역이 되었다. 이번 결정을 수용은 해야 하겠지만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한다면 같은 실수는 계속 반복될 것이다.

 

이번 사업은 포천에 전철 유치 사업을 전개하면서 벌였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당시 포천 시민은 모두 하나가 되어 광화문 광장으로 달려가 삭발식에 참여하는 결기를 보여 주었고 그 결과는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 받는 것으로 나타나 지역사회의 발전을 기대하게 되었다. 그것은 설득해야 하는 대상이 정부 하나인 쉬운 운동이었다.

 

하지만 이번의 유치 사업은 경기 북부의 여러 시.군과 상대평가를 받는 경쟁의 장이었다. 시내 전역을 물들인 현수막을 가지고는 전략의 한계를 드러낸 실패한 경쟁이었다. 그렇게 하지 않는 시.군이 있을까? 이번에 도는 중첩규제로 인한 규제등급 상위 지역, 현재 도 공공기관 입지현황, 이전 예정 기관과의 업무연관성, 교통 인프라 및 접근성 등을 포함한 입지환경, 도정 협력도 등 객관적인 선정 기준을 마련했다고 한다. 또한 탈락한 시.군에 대해서는 지역균형발전 정책의 취지에 부합하도록 기반 시설 조성 및 특단의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한다.

 

다음에 기회가 또 있다는 말이다. 준비되지 않은 사람에게 스치듯 지나가는 것이 기회인가? 실패가 확정된 이후 제대로 된 분석은 있었는가? 다음을 위한 당위성을 넘는 정당성을 확보하는 비전은 있는가?

 

대전이 충남도청을 유치할 당시 모든 시민이 일치단결하여 대전 시내에서 가장 좋은 땅을 제공하고 공사상 온갖 편의를 제공한 일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문제는 이번에 경기도 산하 공공 기관만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는 데에 있다. 서울의 인구를 넘는 경기도는 남도와 북도를 분할할 수도 있다. 경기북도 도청이 생긴다면 포천이 되지 말라는 법이 있는가? 우리 지역에 도청이 있다는 장점은 이루 셀 수가 없을 것이다. 그때가 되면 경기 북부지역의 모든 시.군이 사활을 걸고 달려들 텐데 우리는 어떤 전략을 구사해야 할까? 한반도의 중심인 영중을 집중 홍보하는 전략도 고려해봄직 하다. 우리가 쥐고 있는 패의 장단점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으로부터 전략이 나오고 치밀한 전술을 구사할 수 있다.

 

시대는 변하고 있다. 중앙 집권에서 지방 분권으로. 소품종 대량생산으로부터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집단이나 단체의 이익을 중요시하기보다는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보호하는 작게 다스리는 정부 쪽으로. 시대의 흐름을 정확히 읽고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세력만이 발전해 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번의 실패를 거울삼아 더 큰 성공을 이루어내자.

 

[ 무애건축 대표 민만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