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모내기, 라떼는 말이야

<최홍화>

 

모내기에 큰 도움을 주는 봄비가 단비가 되어 농부의 마음을 적시고 논으로 콸콸 흘러 들어간다 .농부가 이보다 더 좋을 때가 있을까?

 

요즘 모내기가 한창이다. 아마도 이번 주 안에 모내기가 거의 끝나게 될 것 같다. 불과 1~2주 만에 모내기가 모두 끝나게 되는 것이다. 옛날 같으면 한 달여의 긴 시간 동안 진행되는 모내기 과정인데 요즘은 기계화가 되어 모든 일이 신속하게 끝나게 되는 것이다.

 

요즘 모내기하는 것을 보면서 과거 모내기하던 추억을 떠올려본다.

과거에는 요즘처럼 기계화가 되지 않았던 시절이라 모내기는 모두 사람들의 손으로 할 수밖에 없었다. 상황이 그렇다 보니 모내기 철에는 선조들이 “바쁠 때면 부지깽이도 한몫한다”라고 말했을 정도로 농부들이 끼니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할 정도로 정신없이 바쁜 나날을 보냈고 어린 고시리손도 필요해 농번기 방학이 있었을 정도였다. 또 20여명의 남녀 마을청년들이 작업단을 만들어 순번을 정하고 모내기를 돕기도 했다.

모내기가 끝날 때까지 날마다 계속해서 손으로 모를 심으니 힘든 과정들이었다.

 

잘 마무리를 해 놓은 논에 20여 명의 모내기 꾼들이 들어서서 논 양쪽에서 줄잡이의 호루라기 신호에 맞춰서 모내기를 했다. 하루종일 허리를 굽혔다 폈다 하면서 모내기를 하게 되니 허리가 얼마나 아픈지 모를 정도였다. 그것도 그럴 것이 하루 이틀 모내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거의 한 달여 동안 계속해서 모내기를해야 했으니 얼마나 힘든 일이었는지~

 

아픈 허리의 통증을 잊기 위해 다 같이 노래를 부르면서 모내기를 하기도 했고, 때로는 늦게 심는 옆 사람을 골탕 먹이기 위해 줄을 들었다 놓으면 얼굴에 줄이 튕겨서 얼굴이 볼만하기도 했다. 그러면 그것을 보고 웃어가면서 모내기를 했다. 때로는 시원한 막걸리를 한 잔씩 마시면서 막걸리 기운에 허리 아픈 줄도 모르고 하루하루 모내기를 계속 하곤 했다.

 

모를 심는 집에서 새참으로 내놓는 맛있는 감자, 국수 한 그릇에 허기진 시장기를 달래는 일도 지금 생각하면 모내기의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하루종일 모내기를 하고 나면 반 초죽음이 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와 곤히 하룻밤을 자고 이른 아침부터 또다시 모내기를 하러 들녘으로 나가야 했으니 그야말로 젊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시절이 아니었다 싶다.

 

이제 농촌에서 이 논, 저 논 호루라기 소리에 맞춰 모내기를 하는 정겨운 모습은 라떼의 추억이 되었다. 그 때가 힘들었지만 사람 사는 냄새가 나던 시절이라 그립기만 하다.

 

그 당시 작업단으로 모내기를 했던 청년들은 이제 반백이 넘는 나이에 접어들어 어떤 친구는 손자 손녀들을 거느린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되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마을에서는 청년 대접을 받으며 생활하고 있다.

젊은층들이 직장을 따라 도시로 떠나다 보니 농촌에는 젊은 사람을 찾아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40대가 제일 젊은 층이 되었고, 대부분은 6, 70대의 노년층으로 농촌 인구가 구성이 되고 말았다. 옛날 젊은 청년들이 북적거렸던 마을에서 매년 모내기철이 되면 친구들과 함께 즐겁게 노래를 부르며, 못줄을 서로에게 튕겨가며 모를 심던 옛날의 젊은 농촌이 그리운 이유이다.

 

[ 최홍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