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20대가 임종훈 의원 기고에 '분노'해야 하는 이유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에서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지지율 1위의 이변을 일으키는 중이다. 이 전 최고위원의 지지율은 ‘이대남’이라 불리는 20대 남성들의 분노에서부터 시작됐다.

 

이대남들이 기성세대에 분노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지금의 50대 이상 기성세대는 대부분 취업난을 알지 못한다. 80~90년대만 해도 넘쳐났던 것이 일자리고, 마음만 먹으면 장만할 수 있었던 것이 내 집이었다.

 

하지만 지금 청년들은 ‘아빠찬스’ 없이는 평생 일해도 집 한 채 가지기 어렵다. 아빠가 돈이 있는 지역 유지나 권력자가 아니라면 취업문은 바늘구멍 통과보다 힘들다. 하지만 기존의 기성 정치인들은 자신이 경험해보지 못한 이대남들의 고통을 헤아리는 ‘척’을 했고 경험한 ‘척’을 했다. 그리고 공평한 사회인 ‘척’을 했다. 이대남들은 이런 모습에 분노하고 있다.

 

최근 국민의힘 임종훈 시의원은 20대의 현실을 두고 ‘20대가 분노하는 이유’라는 기고문을 공개했다. 임 의원은 기고문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아무리 애써봐야 소용없다는 상대적 박탈감은 자괴감으로 이어진다”며 이대남들에 대한 현실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기성세대들이 누리고 있는 자산 가치의 상승으로 인해 수도권에 전셋집 하나 갖기가 불투명한 상황 아니 불가능한 현실”이라면서 “이것은 젊은 세대에게 치명적이다. 내가 받는 임금의 많은 부분을 주거비에 쏟아 부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또 “아빠찬스로 좋은 대학 들어가고, 엄마 찬스로 군대에서 휴가 나오고 노량진 쪽방촌에서 몇 년째 애쓰고 있지만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들은 아무 근거 없이 정규직으로 만들어 줬다”고 현 정부를 비판한다.

 

임종훈 의원의 이 글은 20대를 생각하며 쓴 글 같지만, 이 글을 읽을수록 ‘20대가 임 의원에게 분노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하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머리를 멤돈다.

 

임종훈 의원은 지금도 ‘아빠찬스’로 자신의 부모 아파트에 무상으로 거주하고 있지 않은가? 과연 스스로 쪽방촌을 이야기하고 상대적 박탈감을 언급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쓴 글인지 의심된다.

 

또 20대들의 비정규직 생활에 대해 이해는 하고 쓴 글인지도 의문이다. 임 의원 조차 신입사원부터 타인 아래서 ‘아랫사람’으로 근무한 경험을 가졌는지 묻고 싶다. 임 의원이 과연 ‘아빠찬스’ 없이 스스로 돈을 모아 식당과 주유소를 차리고, 웨딩홀 사장까지 지낼 수 있었을까? 심지어 웨딩홀 일부 건물이 수년 간 불법 건축물이었음에도 이마저 몰랐다는 것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청년들에게 ‘경제적 지원’을 하겠다는 대선후보의 주장에도 임종훈 의원은 “그들은 거지가 아니다. 결국 젊은 세대가 갚아야 할 채무다”라고 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젊은 청년들은 대출조차 되지 않고, 일자리도 없다. 임 의원 말처럼 미래에 갚을 돈이라도 지금 당장 먹고 살기 위한 ‘생존’의 자금줄이 필요하다.

 

임종훈 의원 말처럼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아무리 애써봐야 소용없다는 상대적 박탈감은 지금 임종훈 의원을 보는 20대에게 드는 생각은 아닐까?

 

20대 청년의 고통과 어려움을 알지 못한다면, 아니 20대 청년의 어려움을 이해하는 것처럼 보이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아빠찬스’부터 버려야 한다. 그러지 못한다면 이해하는 ‘척’하는 또 하나의 정치인일 뿐이다.

 

[ 포천닷컴 칼럼리스트 김태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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